지난 27일 오전 광주 동구 대인시장 내 해뜨는식당에서 이용객들이 천원을 상자안에 넣고 있다.2021.3.27/뉴스1 © 뉴스1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한 끼의 식사뿐만 아니라 1000원의 행복도 판매하는거죠."

지난 27일 오전 10시 광주 동구 대인시장 내 천원밥집으로 알려진 '해뜨는식당' 주인 김윤경씨(48·여)는 이른 오전부터 영업 준비로 분주했다.

새벽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배송된 후원 식자재를 가게 내부로 옮긴 그는 가장 먼저 커다란 검은색 돌솥에 밥을 안쳤다.

뒤이어 이날 반찬으로 나갈 무생채를 잘게 썰었고, 고무장갑낀 손으로 나물을 십여번 버무린 뒤 적절량을 그릇에 담아 옮겼다.

이윽고 오전 11시30분, 영업 준비가 완료되자 가게 개장 소식을 알리는 식당 불이 켜졌고 가게 외부에서 줄지어 기다리던 어르신 6명이 일제히 들어왔다.

"오늘은 특별식입니다. 평상시에는 시래기 된장국을 끓이지만, 최근에는 두부를 후원받아 두부를 넣었거든요."

이들은 날마다 다른 식사메뉴를 안부인사차 나눴고 '천원의 행복'이라는 문구가 적인 상자 안에 천원짜리 지폐 1장을 넣은 뒤 4인용 테이블 4개에 속속 자리 잡았다.

이윽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된장국, 나물무침 등 반찬 3가지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이곳은 '해뜨는식당'이라는 상호보다 천원밥집으로 더 알려진 광주 대인시장 내 소규모 음식점이다.

지난 2010년 김씨의 어머니인 김순자씨가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등 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단돈 1000원에 밥과 국, 3찬을 판매하면서 하루 평균 70~80명의 어르신과 취업준비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동안 온정 나눔을 하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후원과 기부도 잇따르고 있다.

가게 출입문에는 '천원의 기적'을 만드는 이날의 후원자라는 대자보가 크게 붙어 있고, 후원품목과 성함 등이 기재돼 있다.

김씨는 "오늘은 강원도 강릉에서 소외계층을 위해 힘써달라며 김치 10포기를 배송해주셨다"며 "후원받은 식자재에 따라 그날의 반찬과 국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오전 광주 동구 대인시장 내 해뜨는식당 출입문에 '밥 한그릇의 기적, 천원식당'이라는 대자보에 후원자와 후원품목이 적혀 있다.2021.3.27/뉴스1 © 뉴스1

천원밥집은 오로지 김씨의 자비와 후원받은 식자재로 운영된다.

김씨는 식당 운영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인근 보험회사에 취직해 보험설계사로 이른바 '겹벌이' 근무를 하고 있다.

평일 기준 오전 8시쯤 회사로 출근, 회의를 마친 뒤 오전 10시30분부터 가게준비에 매진한다.

한시간 가량 밥과 국을 준비하고, 식자재를 손질한 뒤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이후 다음날 영업을 위해 오후 4시까지 후원받은 식자재를 토대로 메뉴를 선정하고, 하루 평균 100인분의 밥을 미리 준비한다.

식당 영업 준비가 마무리되는 오후 4~5시쯤에는 회사로 복귀, 보험설계사로 영업에 전념한다.

김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후원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며 "코로나 발생 전에는 하루 평균 20여건의 후원이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2~3건밖에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1년여간 적자를 기록하면서 가게를 운영하니 이달부터 페업을 고심하게 됐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 알려지면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동구 공무원분들, 일반 개인사업자분들이 다시 후원해주시고 계신다"고 전했다.

끝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홀로 가게를 운영한 지 6년째가 됐다"면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익명의 시민분들과 기업, 단체, 공공기관 등의 후원이 없었다면 천원밥집은 진작에 폐업했을 것이다.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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