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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썩은 배투성이'…명절 대목 앞둔 농가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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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썩은 배투성이'…명절 대목 앞둔 농가 망연자실
  • 한국복음방송
  • 승인 2020.09.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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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전남 나주 다시면 배 과수원에서 한 농민이 떨어진 낙과를 정리하고 있다. 2020.9.18/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나주=뉴스1) 허단비 기자 이수민 수습기자 = "온통 썩은 배투성이인데 명절 대목은 꿈도 못 꾸고 속만 타들어 갑니다."

18일 오후 전남 나주 다시면 한 배 농가에서 농장 주인 이건창(65)씨가 나무에서 떨어진 낙과 한 무더기를 한쪽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평생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지어왔다는 이씨는 "평생 농사 중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년 같으면 명절 대목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시기지만 잦은 비로 배가 여물지 않으면서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토로했다.

4000평 규모 과수원에는 수확을 앞둔 노란 배 대신 검게 썩은 배들이 여기저기 눈에 더 띄었다.

보통 나무 한 그루당 100~150개의 배를 수확하지만, 올해는 한 그루에 20개조차 수확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나무 400주 당 100개씩 4만개의 배를 수확해 평균 5천여만원의 수익을 냈지만, 올해 수확량은 배 8000개로 1000만원 수준이다. 정확히 5분의 1 수준으로 '폭망'에 가까웠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자연재해가 쉬지도 않고 들이닥쳐 배가 여물 틈이 없던 탓이다.

그는 "올해는 봄 꽃샘추위로 꽃이 다 얼어서 열매가 잘 열리지 않았다. 여름에는 삼복더위로 배가 다 익어 죽어버렸고 몇 개 남지 않은 배마저도 연이은 호우, 태풍, 잦은 비로 다 물러 썩어버렸다"고 허탈한 마음을 전했다.

최근 계속해서 이어진 비로 토지가 마르지 않고 축축해 배가 마르지 않자 까맣게 썩어버렸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전남 나주 다시면 배 과수원에서 농민이 배를 수확하고 있다. 2020.9.18/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보세요, 이것도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벗겨보기 전까진 몰라요."

단단히 잘 여문 듯한 배도 막상 포장지를 벗겨보니 곳곳에 까만 멍이 들어있었다.

잔뜩 부르튼 손으로 떨어진 배에 묻은 흙을 털어내던 이씨는 "어쩌다가 멀쩡한 거 하나 나오면 횡재일 정도"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따낸 배의 종이를 벗겨 보기 전까지는 상태를 확인할 수 없기에 수확기 내내 노심조차 발을 구르며 걱정뿐"이라며 눈물지었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용으로 나가야 할 배 상자가 쌓여있었을 자리에는 텅 빈 박스만이 가득했다.

이씨는 허전한 박스를 보며 "1년에 큰 대목인 추석만 보고 버텼는데 자연재해에 코로나에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썩은 배처럼 제 마음도 썩어 문드러집니다. 겨울이 지나고 내년을 기약해야지 별수 없네요"라고 말한 뒤 다시 과수원으로 돌아갔다.

 

 

18일 오후 전남 나주 다시면 배 과수원에서 썩은 배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다. 2020.9.18/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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