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화 목사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 이사장 생명나무커뮤니티 대표목사
김동화 목사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 이사장 생명나무커뮤니티 대표목사

성경은 우리에게 이웃을 섬기고 사랑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이는 물질을 나누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을 희생하셔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처럼 보다 넓은 범위의 이웃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주님은 병든 자를 고치시고 죽은 자를 살리며 한센병 환자를 깨끗하게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마 10:8) 또한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요일 3:16),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눅 10:27)는 말씀처럼 값없이 주신 생명의 축복을 우리의 이웃에게 주는 것은 주님의 명령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이웃을 향한 대가 없는 장기기증은 주님의 뜻을 좇아가는 제자의 삶을 살아가는 길이다.

미국장기이식센터(UNOS)는 생명을 나누는 일에 대한 성경적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마 10:8)는 말씀은 우리에게 병든 자를 치료할 의무가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대답하여 이르되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눅 10:27)는 말씀은 목숨을 다해 이웃을 섬길 것을 강조한다. 또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계 21:4)는 말씀은 영생을 얻게 되는 우리에게 육체는 이 땅에 있는 동안만 필요한 것임을 깨우쳐주고 있다.

미국 성 요한 침례교 소속 존 스캇 목사는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요일 3:16)는 말씀을 예로 들어 “당신의 장기들을 하늘나라에 가지고 가지 말라”며 “하나님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이것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아신다”고 장기기증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면했다. 이식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일은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 그 자체다.

9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장기이식 대기자는 올 7월 말 기준 4만1262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4만 명을 넘었다. 지난해 말 3만9405명에서 7개월 만에 1857명이 늘었다. 그러나 장기이식 건수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2016년 573명이었던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해 450명까지 줄었다. 유족의 반대, 뇌사 판정 지연 등 원인은 다양하다. 그 사이 하루 평균 5.9명(지난해 기준)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졌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올 들어 7월 말 까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4만1512명으로 전년 동기(5만5473명) 대비 25.2%나 급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학교와 종교기관에서 대면 캠페인을 중단하면서 등록자가 뚝 떨어진 것이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2013년 15만4798명을 기록한 뒤 2018년 7만763명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였다가 지난해 9만350명으로 6년 만에 반등했다.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할 수 있는 나이를 만 19세에서 만 16세 낮추면서 젊은층의 호응이 커진 게 주효했다. 그리고 지난해 뇌사 판정을 받은 2484명 중 실제 이식까지 이어진 뇌사자는 450명. 1239명(49.9%)은 유족이 의료진과 만나는 것을 거부하거나 상담 후에도 기증에 동의하지 않아 이식 절차가 중단됐다. 뇌사 추정자 통보부터 뇌사 판정 때까지 사망한 경우가 250명, 보호자가 없어 이식 동의를 못 받은 사례도 30명이나 됐다. 지난해 뇌사자 1인당 평균 3.58명이 장기를 이식 받은 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5000명 이상이 새 삶을 찾을 기회를 놓친 셈이다.

유족의 동의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를 늘리는 것이다. 국내 장기기증 희망누적등록자는 전 국민의 2.8%(229만 명)로 미국(40%) 등에 크게 못 미친다. 장기기증이 활발한 국가에선 기증 희망등록자가 뇌사에 빠졌을 때 보호자의 동의율은 대개 90%를 넘는다. 반면 국내 뇌사자 보호자의 동의율은 33%(2019년 기준)에 머물렀다. 2016년에 52.7%까지 올라갔지만 2017년 장기 기증자 시신 인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커진 탓이다. 뿐만아니라 장기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장기 기증 희망자 절대 부족현상을 초래하였다. 신체를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뿌리 깊은 사회적 관습이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낳았고 더구나 기증희망의사 사전인지 제도가 없어서 뇌사 발생시 생전의 장기 기증 여부를 제대로 알 수 없는 것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외국에서는 어떨까? 스페인은 전세계에서 장기 이식이 가장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로 손꼽힌다. 스페인에서는 장기 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90% 이상이 경제적, 사회적, 기타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장기 이식을 받고 있다. 스페인은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생명순환(New vital cycl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 순환체계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 장기 기증자가 됨으로써 시작되며 장기가 이식됨으로써 끝난다. 순환체계는 6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장기 기증자 발견, 기증자 평가, 뇌사 진단, 가족 동의와 합법화 과정을 거쳐 장기 기증이 이루어지며 기증자 관리 및 장기 유지, 마지막으로 장기적출이 실시된다.

우리도 외국처럼 장기기증이 활성화되려면 급변하는 가족구조 등에 맞춰 제도 운영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현행법은 장기이식 전 유족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데, 배우자부터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 순으로 선순위자를 규정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예전보다 가족 간 교류가 줄어들면서 유족 찾기가 힘들어졌다. 대문에 사실혼 관계나 친구 등 보호자 범위를 넓히는 것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기를 기증하는 행위가 망자(亡者)나 유족에게 더 뜻깊은 일이 되도록 예우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은 추모공원을 만들어 기증자의 뜻을 기린다. 유족에게는 최소 18개월 동안 심리상담 등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유족과 이식자의 최소한의 교류도 허용한다. 서신 교환부터 시작해 실제로 만날 수도 있다. 2016년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6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숨진 고 김유나 씨의 어머니 이선경 씨는 올해 초 한국에서 딸의 장기를 기증받은 이식자를 만났다. “그 만남을 통해 유나의 삶이 사고로 끝나지 않고, 이식자를 통해 계속 이어진다고 느끼게 됐다”며 “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기증자와 유족의 자긍심을 높여주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은 인식문제이며 교육에 달려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올바른 장기 기증의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태도가 바뀔 수 없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 교육이 생명 나눔의 새로운 사회 문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역할을 한국교회가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대속을 위해 자신의 몸을 주신 것 같이 우리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장기의 일부가 훼손되거나 결손돼 그 생명을 잃어가는 우리의 이웃을 위해 생명의 일부를 기증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대속을 경험한 자로서 마땅한 신자의 삶의 태도이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 희망등록/정기후원 문의

사단법인 한국생명사랑재단 ☎1577-9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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